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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계절

by 문학애플 2025. 6. 9.


**수국 이야기**



동네를 배회하다가, 이상한 꽃을 만났어요.
분명 수국인데 ,모양이 삼각형이었거든요.
저는 남편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고 길까지 건너며 다가가서 향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었답니다.
회색 하늘 아래 유독 더 선명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수국(繡球花)’입니다. 뭉게뭉게 피어난 꽃송이가 마치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 수국. 화려하면서도 어디엔가 서늘한 그 기운은 마치 감정을 머금은 듯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오늘은 이 수국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려 합니다. 종류, 색의 의미, 향기, 개화 시기와 계절적 상징, 대표 시, 원산지까지—그 모든 매력을 찬찬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수국의 종류**

수국은 원예적으로 다양한 품종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그 형태와 색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표적인 수국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수국(Hydrangea macrophylla)**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형태로, 둥글고 풍성한 꽃송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양이 공처럼 둥글게 피어나 ‘볼 수국’이라고도 불립니다.

* **산수국(Hydrangea serrata)**
  한국, 일본, 중국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품종으로, 가운데는 작은 fertile flower(수꽃), 가장자리에만 큰 sterile flower(장식화)가 피는 구조입니다. 자연스러움과 단아함이 매력적입니다.

* **나무수국(Hydrangea paniculata)**
  꽃차례가 원추형으로 피는 수국으로, 나무처럼 줄기가 단단합니다. 하얀 꽃에서 점차 붉게 물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 **덩굴수국(Hydrangea anomala)**
  담장이나 벽을 타고 오르며 피는 덩굴식물로, 장식성이 뛰어나 정원에 많이 이용됩니다.



**2. 수국의 색과 그 의미**

수국의 꽃은 흙의 pH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파란 수국**
  토양이 산성일 때 피어납니다. 차분하고 서늘한 느낌을 주며, ‘변하지 않는 마음’, ‘성실함’이라는 꽃말을 가집니다.

* **분홍 수국**
  중성 또는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랄 때 나타나는 색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주며 ‘사랑’, ‘열정’을 의미합니다.

* **보라 수국**
  파란색과 분홍색의 중간지점. 신비롭고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해심’이나 ‘조화’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 **하얀 수국**
  대체로 토양의 산도와 무관하게 하얀색을 유지합니다. 순수함과 고요함의 상징이지만, 꽃말은 의외로 ‘냉정’, ‘변덕’입니다. 이는 수국이 색을 바꾸는 특성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수국은 단순히 색의 아름다움을 넘어, 그 변화성과 상징성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3. 수국의 향기**

수국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의외로 강한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 대부분의 수국은 거의 무향에 가깝거나, 매우 은은한 풀 향에 가까운 냄새를 지닙니다. 그 조용한 향기 없음이 오히려 비 오는 날의 공기와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듯한 정서를 자아냅니다.



 **4. 개화 시기와 계절적 의미**

수국의 개화 시기는 대체로 **6월\~7월**, 장마철과 겹칩니다. 그래서 수국은 흔히 **‘장마꽃’** 혹은 \*\*‘비꽃’\*\*이라고도 불립니다. 많은 꽃들이 햇살 아래 피어나듯 수국은 흐린 하늘과 비 내리는 골목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축축한 계절을 오히려 더 아름답게 만드는, 그런 역설적인 매력이 있지요.

계절적으로는 **지나간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문턱**에 피어나는 꽃으로, 전환점과 감정의 교차를 상징합니다. 그래서인지 수국은 이별, 회상, 또는 미련과도 잘 어울리는 꽃으로 시와 소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5. 수국이 등장하는 대표 시**

수국의 감성은 수많은 시인들의 영감을 자극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박인환 시인의 다음과 같은 시입니다.

> **수국**
> *비 오는 날, 누군가의 우산 아래 조용히 피어나던 꽃*
> *그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젖어 올 것 같은*
> *당신의 눈동자 같은 수국.*

짧지만, 수국 특유의 우울한 아름다움과 감성의 농도를 잘 담아낸 시라 할 수 있습니다.



**6. 수국의 원산지**

수국은 **동아시아 원산**입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남부에 걸쳐 자생 수국이 많이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아지사이(あじさ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국 곳곳에 수국 명소가 있을 만큼 사랑받는 꽃입니다. 이후 18세기경 유럽에 소개되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원예적으로 개량되며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졌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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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 수국이 우리에게 주는 것**

수국은 겉으로 보기엔 풍성하고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송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치 사람의 감정처럼 복잡하고 겹겹이 쌓여 있는 구조. 색이 변하는 특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마음의 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수국은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고향의 골목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별 뒤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잔상일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걷는 길목 어딘가에서 수국 한 송이를 만난다면..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조용히 피어 있는 그 꽃송이 속에, 당신의 기억과 마음도 추억 어딘가로 달려가게 할겁니다.
오늘 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