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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최민자 수필 이해하기,추천수필

by 문학애플 2025. 3. 22.

 
[좋은 수필(隨筆) 읽기]
 
신(神)은 고달프겠다/최민자
 
친구 집에 갔다가 플라스틱 함지에 심은 상추모종을 받아왔다. 무엇이든 손에 들려 보내려고 두리번거리던 친구가 베란다에 놓인 두 개의 함지박 중 하나를 덥석 들고 나온 것이다. 
 
쉼표만한 씨앗을 싹 틔워 이만큼 자라게 하기까지 얼마나 공(功)을 들였을까. 세수 대야만한 고무함지가 텃밭 한 뙈기보다 더 커 보였다.
 
“조금 지나면 포기가 벌 테니 실한 놈 몇 포기만 남기고 다 솎아주어야 해.”  
 
서툰 대리모에게 입양(入養) 보내는 어린것들이 맘에 걸리는지 문밖까지 따라 나온 친구가 말했다. 천 원어치만 사도 차고 넘칠 상추보다는 생명을 가꾸는 기쁨을 선물(膳物)하고 싶었을 것이다.
 
비좁은 베란다 한줌 햇살만으로 상추는 우북수북 잘 자랐다. 청치마 홍치마를 나붓이 펼치고 앉은 매무시가 제법 과년한 처녀티를 냈다. 
 
햇살 좋은 날에는 서로 치마폭을 넓게 펼치려 자리다툼을 하는 것도 같았다. 솎아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어느 것을 뽑고 어느 것을 남길까. 명월이 채봉이 향단이 탄금이…. 
 
기생점고(妓生點故)에 나선 변학도가 되어 눈으로 찬찬히 더듬어 보았다. 연두빛과 자주빛 치맛자락이 내 눈에는 하나같이 춘향이로 보였다.
 
큰이파리 사이에 숨어있는 여린 모종에 손을 대려다, 덩치 큰 친구 곁에 서있던 딸 아이 생각이 났다. 못 큰 것도 억울한데 퇴출을 시키다니. 개체의 특성과 환경의 우열에 따른 다양성이 심판의 준거가 되어야한다는 말인가.
 
나는 가만히 칼자루를 놓았다. 상추 한 포기 솎는 일도 이토록 어려운데 악인(惡人)과 선인을 판가름하여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으로 나누어 보내야 하는 신(神)은 얼마나 골치가 아프시려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ㅡ최민자 작가와 수필ㅡ
 
 
최민자 수필가는 1998년 '에세이 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흰 꽃향기', '꼬리를 꿈꾸다', '손바닥 수필', '꿈꾸는 보라', '사이에 대하여' 등이 있습니다.

그녀는 수필문학계에서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수필집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로 제15회 현대수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윤오영수필문학상, PEN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등을 수상ㆍ
이러한 수상 경력과 작품 활동을 통해 최민자 수필가는 한국 수필문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민자 수필가는 삶의 본질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일상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 기억, 관계, 자연, 인간 내면 등을 탐구하며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1. 시간과 흐름

최민자의 작품에서 시간은 단순한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요소로 다루어집니다. 작품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에서처럼, 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며, 시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2.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

그녀의 수필에는 삶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사유가 자주 등장합니다. 인간이 겪는 순간순간의 감정, 잊히는 것과 남는 것 사이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태도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3. 자연과의 조화

자연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입니다. 꽃, 나무, 바람, 강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인간의 감정과 삶의 순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로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보여줍니다.

4.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문체

최민자의 글은 섬세한 감성을 담으면서도,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깊은 사색과 철학적 통찰을 함께 녹여냅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지적이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것이 그의 작품의 특징입니다.

5. 관계와 소통

그의 수필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습니다. 가족, 친구,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통해 삶의 본질과 가치를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결론적으로, 최민자의 작품 사상은 시간과 존재, 자연, 관계 속에서 삶을 성찰하는 깊은 철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의 수필은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깊이를 갖추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최민자 수필가는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손바닥 수필 최민자" 손바닥 수필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수필집으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사이에 대하여
인간 관계의 미묘한 '사이'를 탐구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입니다.
최민자ㅡ 낙타이야기
삶의 여정을 낙타에 비유하여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수필집입니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시간의 본질과 삶의 흐름을 깊이 있게 다루며, 이전 작품에서 엄선한 글과 신작을 함께 담은 수필선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최민자 수필가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