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지화"감각적 서정으로 빚어낸 시 , 김숙영 시인의 문학 여정과 수상 이력
별지화 (천태문학상 대상작)

처마 밑 연꽃이 천년을 산다
진흙 물결도 없는데
한 번 돋아나면 오직 적멸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니 꽃은 피고 지는 게 아니라
화려함 뒤에 숨어
나무의 숨결과 함께
천천히 조금씩 흩어지고 있는 거다
처음엔 그저 썩지 않게
다스리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틈 하나 없이
나무를 껴안고 놓지 않는다
이것은 밀봉이 아니라 밀착
색이 공을 향해 걸어가려는 의지
봉황의 춤이 허공중에 스민다
바람이 색을 민다
풍경 소리가 찰방찰방 헤엄친다
지붕 아래 꽃들이 소리 나는 쪽을 본다
색과 색이 만나 서로의 색을 탐독한다
꽃의 안쪽을 볼 수 있는 안목이 될 때까지
나는 화두 밑을 걷고 또 걷는다
머리 위에 꽃의 말이 내려앉는다
대웅전 안쪽 문수보살이
아무도 모르게 웃을 것만 같다
몸속에 화심으로 가득찬 기분
꽃의 마음이란
식물성 부처를 만나는 일이었을까
절 쪽만 바라봐도
날개를 편 단청이 꿈속으로 날아왔다
ㅡ제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종교는 다르지만 시어 선택이 놀랍습니다ㆍ작가가 시를 완성하기 위한 고뇌와 관찰에 ㅡㅡ공들임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ㅡ
김숙영 시인은 2019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을 통해 등단한 한국의 시인입니다. 이후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시 '채낚기'로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제8회 전국 계간 문예지 우수작품상을 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시 '별지화(別枝畵)'로 제1회 천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별지화'는 사찰의 연꽃을 매개로 자아가 본래 면목과 만나는 과정을 탄탄한 구성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김숙영 시인은 첫 시집 『별들이 노크해도 난 창문을 열 수 없고』를 출간하였습니다.
김숙영 시인은 현재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김숙영작가를 만나러 가서 저도 영감을 좀 받아올까 합니다 ㅎㅎ
